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하고 평균 96.5%의 고농도로 회수하는 기술을 국내 처음으로 개발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하루 1㎏ 이상 회수하는 실증 공정에도 성공해 상용화에 다가가고 있다는 평가다. DAC와 아민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신소재를 탄생시킨 연구다.
아민 흡수제는 이산화탄소를 강하게 빨아들이는 아민과 이를 잡아주는 실리카 지지체로 돼 있다. 아민의 이산화탄소 결합력이 매우 강해 이를 떼어내려면 많은 열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아민 흡수제는 고온에 노출되면 내구성이 떨어져 성능이 저하된다. 아민의 성능이 양날의 검처럼 작용하는 것이다.
에너지연 연구진은 아민에 입자 형태의 폴리에틸렌이민(PEI) 초분자(분자 간 특이한 상호작용으로 발생하는 복합체)를 첨가제로 넣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고리화합물 형태의 PEI 초분자는 아민과 이산화탄소의 결합력을 낮추면서, 고온에서 아민을 보호하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낸다.
이렇게 개발한 흡수제 ‘SMKIER-1’를 공정에 넣고 350시간 연속 운전하면서 하루 1㎏의 이산화탄소를 평균 96.5%의 고순도로 회수했다. 국내에서 처음 보고된 사례다. 포집한 이산화탄소는 압축과 액화를 거쳐 저장하기 때문에 순도가 높을수록 공정 비용이 줄어든다.
에너지연 관계자는 “350시간 연속운전 결과 반응기 차압 등 압력 강하가 300파스칼(㎩) 이하로 유지됐다”며 “이는 시스템을 오래 가동할 때도 안정적 공정이 가능하고, 유속 조건 상승에 따른 시스템의 추가 성능 향상이 용이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기술이 상용화되면 제조 시설뿐 아니라 소형 분산형 이산화탄소 포집 설비에 다양하게 사용될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하고 있다. 가축이 날숨으로 내뱉는 메탄 등 온실가스 배출을 최적화한 스마트팜, 건물 냉·난방 공조 제어 시스템, 가정과 학교 내 공기청정기 등을 예로 들었다. 다만 연구진이 달성한 기술 성숙도(TRL)는 4단계로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 TRL은 9단계로 나뉜다. 1~2단계는 기초연구, 3~4단계는 실험실, 5~6단계는 시제품, 7~8단계는 신뢰성 평가 및 표준화, 9단계는 양산(상용화 완료)을 말한다.
한 해 세계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환산 톤(메탄 포함)은 500억t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DAC 기술은 2030년까지 전 세계 기준 연간 6000만t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DAC 기술을 하루 10㎏ 포집 공정으로 스케일업(scale up)하는 후속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2030년까지 하루 200㎏, 2035년엔 연간 1000t 이상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상용화 설비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았다. GS건설과 KAIST, 고려대가 실증 연구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