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탈석탄 운용을 선언한 국민연금은 석탄 발전 기업 등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대신 배출권을 사 탄소 배출량을 상쇄하려는 유인이 크다. 최근 투자 자산의 탄소 배출량을 공시하는 등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 의무가 기관투자자에게도 부여되는 추세가 강해지면서다. 국민연금 내부에선 배출권을 구매하면 시장과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특정 기업에 대한 투자 배제(네거티브 스크리닝)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현재 국내 배출권 가격은 유럽의 10분의 1 수준에 머물러 있어 중장기 투자 매력이 높다. 국내 배출권 가격은 전날 기준 톤당 9380원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11만원대에 형성된 유럽연합 배출권 가격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국민연금의 배출권 투자 검토에는 환경부와 기획재정부의 의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배출권 가격이 지나치게 낮은 현 상황에서 기업의 탄소 배출량 감축 유인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금융위원회 등과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배출권 가격 정상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해왔다.
다만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 지침을 고쳐야 하는 탓에 올 상반기 내 투자가 이뤄지긴 어려울 전망이다. 배출권 투자를 위해선 전담 조직을 선정하고 투자 자산 범위, 투자 한도, 벤치마크 등을 정해야 한다. 기금운용 지침 개정과 기금운용위원회 의결이 필요하다.
재계는 국민연금의 등판으로 배출권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수요 기반 확대에 따라 배출권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석탄·발전 기업의 배출권 구매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실제 탄소 감축보다는 배출권 무상할당에 의지했던 기업 위주로 반발이 크다. 온실가스 배출 1위 기업인 포스코와 한국전력 등 배출권을 순매수해야 하는 기업들은 대한상공회의소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을 통해 연기금의 시장 참여를 반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불경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배출권 가격이 급등하면 기업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