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파리협약에서 세운 ‘1.5도 마지노선’이 결국 무너졌다.
세계기상기구(WMO)는 19일 “2024년은 산업화 이전 대비 전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이 1.5도를 초과한 첫해로 기록됐다”고 밝혔다. 국제사회는 2015년 파리협약을 통해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2도 밑으로 유지하며,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그런데 불과 9년 만에 ‘상승 폭 1.5도’라는 제한선이 깨진 것이다.
이날 WMO가 발표한 ‘전 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전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1.55도가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175년간 지구 평균 기온을 관측한 이래 작년이 최고치”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의 뚜렷한 징후들이 일제히 정점을 찍었다”면서 작년이 가장 더운 해가 될 수밖에 없었던 각종 지표들을 소개했다. 주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메탄·아산화질소의 작년 농도는 지난 80만년 중 가장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
바닷속 열에너지 총량을 지칭하는 ‘해양 열량’은 2017년부터 작년까지 매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바닷물이 더워지면서 해빙(海氷)이 줄고, 해수면 상승은 빨라졌다. 북극 해빙의 면적은 지난 18년간 역대 최저치 기록을 매년 새로 썼고, 남극 해빙도 지난 3년간 최저 기록을 경신해 왔다. 해수면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연평균 4.7㎜씩 높아졌다. 위성 관측이 시작된 1993년(2.1㎜ 상승)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WMO는 이런 온난화 추세가 극심한 자연재해를 불러올 위험 신호라고 경고했다. 다만 셀레스테 사울로 WMO 사무총장은 “장기적인 온난화 억제 목표 달성이 불가능해진 건 아니다”라며 “작년에 나타난 현상은 지구에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는 경고로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파리협약에서 세운 목표는 장기적 추세를 염두에 둔 것이기에 작년 한 해만 보고 목표를 잃었다고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은 난항을 겪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하면서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 중 하나인 미국이 지난 1월 파리협약 탈퇴를 재차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집권 때도 파리협약에서 탈퇴하고 화석연료 중심의 정책을 폈다. 오는 9월 각국이 2035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발표를 앞둔 가운데, 미국의 탈퇴로 탄소 중립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40% 줄이겠다는 2030 NDC를 지난 2021년 발표한 데 이어, 올해는 이보다 늘어난 목표치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파리협약에서 정한 ‘진전의 원칙’에 따라 새로운 NDC를 발표할 때는 목표치를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작년 8월 헌법재판소가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려 현재 공백으로 있는 2030년부터 2050년까지의 정량적 감축 계획도 세워야 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장기 지구 온도 상승 수준을 1.5도 이하로 제한하는 것은 아직 가능하며, 올해 예정된 국가 기후 계획을 통해 전 세계가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