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계획기간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이 곧 수립될 예정이다. 이 기본계획은 2026년부터 5년간 우리나라 배출권거래제 시행의 방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가진다. 배출권거래제는 본질적으로 규제이므로 양날의 검과 같은 효과가 있다. 기업의 저탄소 이행을 촉진하는 수단이면서 한편으로는 수익성과 성장에 제한을 줄 수도 있다. 따라서 두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우선 배출권거래제의 한 축인 저탄소 이행 촉진의 측면을 살펴보면, 제4차 계획기간에는 NDC*에 대해 현재보다 감축을 강화해 나갈 것임은 비교적 분명하다. 유상할당을 확대하거나 벤치마크 강화와 같은 방향성이 예상된다. 배출권거래제 발전의 과정에서 실질적 감축을 유도하는 수단으로 필요하다.
다만, 실효성과 합리성을 가지려면 비용에 대한 분석이 전제돼야 한다. 발전 부문에 대한 유상할당의 확대가 국민들에게 얼마의 기후환경요금 부담을 지울 것인가? 산업 부문에 대한 벤치마크 수준의 강화는 얼마나 기업의 비용 증가를 가져올 것인가 그리고 국민들은 이러한 비용을 부담할 준비가 돼 있는가? 필자가 보기엔 이런 분석이 너무 부족하다.
이를 위해 배출권거래제에서 생성되는 자료의 폭넓은 공개도 필요하다. 배출권거래제를 제대로 평가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배출권거래제 관련 자료의 광범위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접근 가능한 자료는 그 범위나 깊이 면에서 일부에 불과하다. 이런 수준의 자료로는 제대로 된 정량적 연구를 수행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배출권거래제 감축의 강화와 더불어 제도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배출권거래제는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 직접 규제보다 우월성이 있는 제도다. 이런 측면에서 감축 강화의 충격을 흡수하고 제도의 효율적 운영을 기대한다면 배출권거래제 유연성 기제를 잘 활용하는 게 필요할 것이다. 이월제한은 점차 완화하고 이월제한 완화의 우려로 제기되는 시장 불안정성은 적절한 시장안정화 장치를 통해 보완하는 것이 적절한 방향이다. 상쇄제도의 활용에도 좀 더 적극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어느덧 우리나라 배출권거래제 역사가 10년이 다 돼간다. 새로운 계획기간 배출권거래제의 틀을 잡아가는 과정인 만큼 우리나라의 여건을 잘 살펴본 후 정확한 분석을 수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충실한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파리기후변화협약 참가 국가들이 각자 상황에 맞춰 2030년까지 세운 감축 목표. 현재는 2030 NDC가 발표돼 있다. 우리나라는 올해 말 2035 NDC를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