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트럼프 '親화석'에도 "각국 친환경 정책 안바뀐다"
이번 코트라 무역관 100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눈길을 끈 부분은 ‘친환경 정책’ 관련 내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바이든 정부와 달리 석유·석탄 같은 전통적인 화석연료 산업 부흥을 강조해 왔고, 이 같은 정책 변화가 글로벌 사회 전체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왔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세계 65국 코트라 무역관 100곳 중 72곳이 “주재국의 친환경 정책 기조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래픽=김의균
미국 내 화석연료 생산이 늘더라도, 이미 궤도에 오른 세계적인 친환경 정책 기조를 깨기는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친환경 정책을 선도해 온 유럽 지역은 무역관 21곳 중 16곳(76%)이 각 주재국의 친환경 정책 방향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지난 2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회원국을 대상으로 “2040년까지 EU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 대비 90% 감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김현철 코트라 유럽지역본부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산업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더라도, 유럽은 친환경 산업에 대한 지원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의 관련 기업들은 유럽에서 시장 확대의 기회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뉴욕·시카고 등 북미 지역 무역관 7곳 중 6곳(86%)과 체코·루마니아·핀란드 등 유럽 지역 무역관 4곳은 트럼프 이후 친환경 정책이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석유·가스 개발을 옹호하는 크리스 라이트를 에너지부 장관에 임명하고, 내년 1월 파리기후변화협정 재탈퇴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다. 체코나 루마니아 등 동유럽 지역은 서유럽보다 에너지 전환 시기가 늦어 탈탄소 정책에 따른 진통이 컸던 지역으로 친환경 정책 추진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신중론이 나오는 것이다.
한국은 친환경 정책의 흐름을 유지하되, 각종 기회 비용을 면밀하게 계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준 서울과기대 교수는 “트럼프 정책이라는 변수를 감안해, 에너지 전환에 드는 비용과 효율성을 고려하면서 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재현 기자 (조선일보, 2024. 1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