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개회 첫날인 11일(현지시간) 유엔이 운영하는 탄소 배출권 시장에 관한 세부 지침을 승인하면서 수십억달러 규모의 국제 탄소 배출권 시장이 출범할 기반을 마련했다.
COP29 아제르바이잔 엑스(옛 트위터) 공식 계정은 이날 바쿠에서 개막한 총회에 참가한 200여개 국가들이 파리협정 제6.4조에 합의했다고 공지했다.
제6.4조는 각국이 탄소 배출권을 거래할 때 유엔이 운영하는 시장을 거치도록 한 것이다. 유엔이 감독하는 중앙집중식 시장 체제라는 점에서 국가 간 자율 합의를 기반으로 한 직접 거래를 규정한 제6.2조와 다르다. 이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정) 6조에 포함된 내용이나, 각국 정부는 10년 가까이 세부 이행 지침을 확정 짓지 못한 상태였다.
블룸버그 등 외신은 이번 합의에 따라 국가 간 탄소배출권 거래 논의가 본격화하리라고 전망했다. 약속한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량을 맞추지 못한 국가는 국제 시장에서 감축에 성공한 국가의 배출권을 구매하게 된다.
총회 엑스 계정은 “제6조의 완전한 이행은 총회 의장단의 핵심 우선순위이며, 이번 세부 지침 승인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필수적 단계”라며 “이를 통해 기후행동을 활성화하고 개발도상국에 자원을 직접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발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이후를 대비하는 차원이었다고 해석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1기에 이어 또다시 파리협정 탈퇴를 시사한 데 대응해 기후 대책을 지속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존 포데스타 미 대통령 국제기후정책 선임 고문은 이날 총회에서 “(트럼프 당선으로) 역풍에 직면한 것은 맞지만, 우리는 1950년대의 에너지 시스템으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비영리 단체 ‘카본 마켓 워치’의 정책 전문가인 이사 멀더는 이번 합의가 정상회담 첫날 별다른 논의 없이 이뤄졌다며 “뒷거래로 총회를 시작하는 것은 (기후 협의 관련) 투명성과 적절한 거버넌스에 있어 나쁜 선례를 만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