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국제사회의 감축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에너지 안보가 중요해진 것 등이 그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된다. 실제로 영국·독일 등 기후선도국마저 화석연료 사용으로 회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및 2050 탄소중립 실현에 적신호가 켜진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주요 탄소 배출국 2030 NDC 목표 달성 전망’ 보고서를 통해 탄소 배출량 상위 13개국 모두 2030 NDC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협에 따르면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0%는 상위 13개 배출국이 차지했다. 특히 중국·미국·인도·러시아 등 상위 4개국 비중이 50% 이상이지만, 배출량 상위 4개국의 감축 목표 달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기후선도국으로 꼽히는 영국과 독일 등 유럽 국가들도 에너지 안보 위기에 대응하고, 에너지 자립을 달성하기 위해 ‘탈(脫)화석연료’라는 기존 에너지 정책 기조와 반대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 정부는 지난 7월 에너지 안보 위기를 극복하고 에너지 자립을 달성하기 위해 100건 이상의 북해 원유 및 가스전에 대한 개발을 허가하겠다고 발표했다. 독일 역시 에너지 안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지역 석탄 광산 부지 개발을 위해 기존 풍력 발전소 7기를 철거할 예정이다.
전력 수요량이 많은 대부분의 국가들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이 에너지경제연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G20 국가들의 화석연료 발전량 추이는 ▲2015년 1만4992TWh ▲2017년 1만5547TWh ▲2019년 1만5728TWh ▲2020년 1만5201TWh ▲2021년 1만6119TWh ▲2022년 1만6388TWh다.
특히 기후선도국인 독일의 화석연료 발전량은 2020년 302TWh에서 2022년 332TWh로 10% 이상 늘었고, 영국도 164TWh에서 176TWh로 7% 이상 늘었으며, 프랑스도 56TWh에서 69TWh로 20% 이상 확대됐다.
이처럼 기후변화 정책을 선도하던 유럽 국가들마저 당면한 에너지 위기 해결을 위해 석탄 등 화석연료로 회귀하고 있어 210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1.5도 이내로 억제하겠다는 파리기후협정의 목표 달성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로 인해 탄소중립 ‘속도조절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는 NDC 중 ‘전환’ 즉, 전력 부문의 목표치 수정이 아닌 국제사회 움직임 변화 등을 고려해 정책 방향성의 전략적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류성원 한경협 산업혁신팀장은 “탄소중립을 주도하던 국가들마저 국제사회에 공언한 약속을 당장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전환 부문 감축 목표는 유지하되 안정적 에너지 수급을 고려한 탈석탄 속도 조절, CCUS 기술 개발을 통한 석탄발전의 청정화 등 국제 트렌드에 따라 새로운 적응 전략을 세울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