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한 재난사례들이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대두시키자, 이를 막기 위한 중요 전략 중 하나인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국제사회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 감축 및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세부 전략과 계획들을 구체화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기후 선도국들과 비교해 크게 뒤처져 있는 실정이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을 만나 한국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및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이상적인 해법은 무엇인지 직접 들어봤다.
▲한국의 2050 탄소중립 실현 가능성은.
▲EU·미국·중국 등 경제 3국과 한국의 기후정책 차이점은.
“한국은 탄소중립 관련 정책들을 개별 부처 단위가 아닌 국가의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고, 이에 맞춰 변해야 한다. EU·미국·중국 등은 국가 차원에서 산업구조 대전환, 에너지 대전환이라는 큰 목표를 세우고 이에 걸맞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탄소중립을 국가 차원의 어젠다로 설정하고 제도와 예산을 비롯해 이로 인해 충격받는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 등 세 가지를 동시에 이끌어 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탄소중립이 국가 전체의 어젠다에서 멀어졌을 뿐만 아니라, 규모 있는 예산 투입을 통한 산업 전환과 에너지 전환이 동시에 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정의로운 전환이나 그 충격에 대한 대책에 대해 논의할 만한 틀조차 없기 때문에 한국은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다.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국가 핵심 어젠다로 탄소중립을 설정했기 때문에 한국 정부도 이에 발맞춰 정책의 주요 어젠다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을 설정해야 한다.”
▲전환 부문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전기요금 현실화’ 주장에 대한 생각은.
“가장 기본 중에 기본이다. 한국전력공사 부채가 202조원을 돌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전은 송배전 설비 투자에 나서고 있는 등 한국의 에너지 전환에 있어 ‘키플레이어’다. 그러나 이렇게 부채가 급증하면 전반적으로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투자 역량, 인프라 구축 등에 나서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따라서 전기요금 현실화는 이뤄져야 한다.
전 정부뿐만 아니라 현 정부 모두 전기요금을 가지고 산업·복지 정책을 하려고 하는 것 때문에 한국의 에너지 시스템이 많이 망가져 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전기요금이 싸야지 산업 수출 경쟁력이 생긴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싼 전기요금으로 복지를 대체하고 있다. 이제는 에너지를 산업과는 완전히 분리해야 된다. 전기는 에너지 그 자체로, 2050년까지 전 세계에 가장 중요한 산업이 될 것이기 때문에 저렴한 전기로 산업을 지원하는 정책은 이제는 폐기해야 한다.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인데, 산업계뿐만 아니라 가정까지도 전기요금을 현실화해야 된다. 그래야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유도할 수 있게 된다. 전기요금을 계속 물가와 연결시키는 것은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다. 전기요금 현실화가 탄소중립,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전기요금 현실화로 인한 피해 계층에 대한 대책은.
“에너지 복지법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 에너지 비용이 올랐을 때 소득이 낮은 계층에서 체감하는 에너지 비용 부담은 높아지게 된다. 예를 들어 주택이 허술한 곳 같은 경우 냉·난방비가 더 많이 들기 때문에 필요한 법이 에너지 복지법이라고 본다. 전기요금을 감면하는 게 아니라 저소득층이면서 에너지 비용이 많이 드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집수리, 단열 사업 등을 지원하는 쪽으로 현재의 에너지 바우처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에너지 비용을 낮추는 것으로 복지를 하게 되면 사회 전체적으로 에너지 효율 개선이라든지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안 일어나게 된다.”
▲탄소중립 실현에 있어서 지방자치단체 역할이 중요하다고 꼽았다. 그 이유는.
“에너지 정책의 방향은 전기화다. 전 세계가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가 했던 일들을 다 전기로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기 소비량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 탄소중립을 위해선 석탄·가스 등 화석연료를 퇴출시키고, 그만큼 재생에너지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국토의 경관이라든지 에너지를 생산하는 시스템 자체가 바뀐다. 즉, 원전·석탄·가스 같은 대규모 중앙집중형 발전원이 아닌 전체 전력의 약 7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 시 전국 곳곳에 태양광·풍력 등이 자리 잡는다는 것이다. 그럼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지역에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들어선다는 것이고, 이렇게 됐을 경우 입지 갈등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함께 높아진다. 국토 전역이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중앙정부에서 발전소 몇 개 짓고 통제하는 중앙집중방식의 수명은 다해가는 셈이다. 이제 지자체장 또는 지역에서 어떤 에너지를 얼마만큼 생산해서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일자리와 인력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 이로 인해 발생될 문제들에 대한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렇게 연동해서 가지 않으면 한국의 에너지 전환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자체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한국의 NDC 개선 방향은.
“한국은 당장의 감축분을 낮게 잡다가 줄여야 될 부담을 다 뒤로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당장 2030 NDC도 2027년까지 완만하게 가다가 마지막 3년에 급격하게 줄여야 한다. 앞에서 속도를 내줘야 뒤에서 목표 달성이 가능한데 이렇게 뒤에 책임을 지게 하면 불확실성만 더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독일 등 유럽 국가를 비롯해 중국조차도 감축을 위해 투입하는 규모나 예산을 보면 탄소중립의 기반이 될 산업 체제 전환을 먼저 하는가가 경쟁력이라 보고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후위기로 인한 경제적 피해 규모가 커지는 세상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감축 목표 상향에 대한 압박이 더 거세질 수 있다. 따라서 탄소예산(탄소 배출 허용량)에 입각해서 더 빨리 움직이는 게 우리에게 훨씬 더 유리하다.”
※He is...
▲녹색전환연구소 소장 ▲지역에너지전환 전국네트워크 공동대표 ▲2050탄소중립위원회 위원 ▲국무총리 그린뉴딜 특별보좌관 ▲서울에너지공사 비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