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ESG 공시기준 발표와 기업대응
<유인식 IBK기업은행 ESG경영팀장(공학박사·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녹색금융 전문위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기준 발표가 초읽기에 돌입했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19일부터 23일까지 5일간 회의를 했고, 26~27일 열리는 국제재무보고기준(IFRS) 컨퍼런스에서 발표될 전망이다. 2021년 11월 IFRS에 ISSB가 설립되고, 지난 해 3월 ESG 공시기준 공개초안이 발표된 지 1년 반 만에 세상에 공식 모습을 드러내는 셈이다.
발표될 ISSB의 ESG 공시기준은 ‘S1’으로 불리는 일반적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정보 공시 요구안과 ’S2’로 불리는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시안으로 구성된다. 이 공시기준은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되며 2025년 첫 의무 공시가 시작된다.
그나마 기업 부담이 줄어든 것은, 2025년에는 영역3(Scope3) 배출량을 제외한 기후변화 위험과 기회 공시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의무 공시는 2026년부터다. ISSB의 과도기적 완화 방안 마련에 따른 결과다. Scope3 배출량 공시 의무를 1년 유예한 것 역시 기업 공시 부담을 고려한 ISSB의 결정이다.
언뜻 보면 의무시행인 2025년까지 시간적 여유가 많은 것처럼 느껴진다. 과연 그럴까? 기업에서 ESG 공시 현업을 담당하는 필자 기준에서 보면, 1년 반의 시간은 여유롭지 못하다. 이미 지난 해 초 ISSB ESG 공시기준 공개초안을 바탕으로 상당한 내용을 준용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ESG 공시를 하고 있음에도 시간 압박을 느낀다. 특히 1년 유예돼 2026년 공시 의무인 Scope3 배출량은 고민이 깊다. 하물며 아직 ESG 공시를 하고 있지 않거나, ISSB ESG 공시기준 초안을 검토하지 않은 기업이라면 더욱 여유로운 상황이 아닐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 기업에 어떤 위험이 있을지, 어떤 비즈니스 기회가 있을 지 적당히 추측해 기술하면 되지 않을까 쉽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 위험과 기회에 대한 공시기준 요구 수준은 간단하지 않다. ISSB의 ESG 공시기준은 기후 관련 재무 공시에 대한 태스크포스(TCFD) 지침을 따른다. TCFD의 공시 지침은 관련 내용만 200여 페이지에 달한다. 기후 리스크를 파악하기 위해 시나리오 분석과 모델링을 수행해야 하고, 기후 리스크 분석은 물리적 리스크와 전환 리스크를 나눠 분석해야 한다. 기후변화 영향 정도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등 상당히 구체적 위험과 기회 요인 분석을 수행해야 한다. 과학기반감축목표이니셔티브(SBTi)는 온실가스 감축 계획 수립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도출돼야 한다고 권고한다. 자료 생성, 수집 및 분석에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Scope3 배출량 공시는 어떨까? Scope3 배출량은 제품 생산 및 소비 전 과정과 협력사 등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외부(간접) 탄소배출량이다. 상대적으로 자료 취합 및 산정·추정이 쉬운 임직원 출퇴근·출장도 있지만, 공급망과 같이 자료 취합부터 난관에 봉착하는 배출원도 있다. 특히 금융기관처럼 매년 수십만개 대출과 투자 기업의 탄소배출량이 공시돼야 하는 업종이 문제다. 추정한다 해도 이해관계자가 인정할 만한 신뢰성을 갖춘 방법론이어야 한다.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공급망의 탄소배출량 통계(인벤토리) 구축이 이뤄져야 하고, 이를 위해 공급망 협력사를 대상으로 교육, 안내 등 역량형성이 선행돼야 한다.
기업 ESG 공시 실무자 기준에서는 S1 보다 S2가 어렵고 까다롭다. 즉, 마냥 넋 놓고 지켜볼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ISSB의 ESG 공시기준 공식 발표 즉시 대응에 착수해야 한다. 2025년 공시 의무 관련 내용과 함께, 2026년 공시 의무 내용인 Scope3 배출량 공시도 포함해 대응로드맵을 만들고 자료 생성·수집에 나서야 한다. 이를 토대로 내년 ESG 시범 공시를 통해 보완점을 개선해야 2025년부터 정상적인 ESG 공시가 가능할 것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의 뜻을 잘 새겨야 할 때다.
유인식 IBK기업은행 ESG경영팀장(공학박사·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녹색금융 전문위원)
yuinsik@ibk.co.kr
(전자신문, 2023. 6.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