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시행 이후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 할당량이 3차 계획기간(2021∼2025)에 들어 급격히 줄면서 배출권 거래제에 참여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배출권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4차 계획기간(2026∼2030) 할당량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자 지자체들은 대응 방안 모색에 나서고 있다.
20일 정부 배출권등록부시스템(ETRS)에 따르면 배출권 거래제 참여 지자체 54곳 중 43곳이 2023년 탄소 배출량이 할당량을 초과, 배출권을 구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 수원시 등 일부 지자체는 배출권 거래로 세금을 확보했지만, 대다수 지자체는 세금으로 배출권을 사고 있는 실정이다. 배출권 거래제는 매년 정부에서 할당하는 범위에서 탄소를 배출하고, 부족분이나 여분을 사고파는 제도다.
서울시는 2021년부터 배출권을 매수하고 있다. 이는 3차 계획기간에 들어서면서 할당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2차 기간 마지막 연도인 2020년에는 285만1000t이었던 할당량이 2021년 3차 기간에 들어서면서 134만1000t으로 급감했다. 서울시는 2020년 270만1000t을 배출하면서 할당량을 맞췄지만, 2021년에는 17만6000t을 초과 배출해 약 33억6300만 원의 세금으로 배출량 부족분을 충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2년과 2023년에도 각 35억800만 원, 16억1800만 원을 들여 부족분을 충당한 것으로 추산된다.
다른 지자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부산시는 지난해 약 7만t의 배출권을 구매하면서 서울시 다음으로 가장 많은 배출권을 구매했다. 이 외에도 대전시, 울산시 등도 배출권 구매를 위해 5억 원 이상을 지출한 것으로 추산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배출량 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정부 할당량 감축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4차 계획기간 할당량 대응을 위한 용역도 진행하며 향후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자체에 대한 배출량 할당 기준을 일반 기업과 다르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자체가 담당하고 있는 폐기물 처리 부문은 국민 실생활과 밀접하고 일반 산업 부문 대비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자체는 이미 할당량 구매에서 일반 기업과 달리 배려를 받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지자체들의 공식 요청이 있을 경우 할당량 기준에 대한 논의는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