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분야에 세계 최초로 탄소세를 부과하는 나라가 등장했다. 유제품과 돼지고기의 주요 수출국인 덴마크다. 덴마크 정부는 농가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1t당 300크로네(약 6만원)의 세금을 2030년부터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탄소세 부과로 2030년에 덴마크 배출량 감축 목표의 70%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추산했다. 덴마크와 같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농가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계산하는 방법이 마련돼야 한다. 그렇다면 과학적 근거를 갖추고 신뢰할 수 있는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는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온실가스 감축 연구는 크게 '온실가스 배출량 평가'와 '온실가스 저감 기술'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온실가스 저감 기술은 메탄 저감 사료처럼 기후변화의 속도를 늦추는 응용기술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평가는 저탄소 기술 적용 전·후의 배출량 차이를 비교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만드는 기초 영역이다. 개발된 기술이 제대로 활용되려면 제대로 된 배출량 평가가 필요한 셈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평가 방법으로는 산업 분야별 국가통계자료와 온실가스 배출원별 발생량을 수치화한 배출계수를 활용하는 '국가 인벤토리'와 제품 생산부터 폐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환경 영향을 모두 반영한 '전 과정 환경영향 평가'가 있다.
국가 인벤토리의 경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제안한 국제 공통 지침으로 국가 단위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하는 방법이다. IPCC는 1996년과 2006년, 2019년 세 차례에 걸쳐 전 세계의 관련 연구 결과를 종합해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산정을 위한 IPCC 지침'을 발간했다. 한국도 이 지침에 따라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를 중심으로 2012년부터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통계를 산정·보고하고 있다. 이중 축산분야 배출량은 축산과학원에서 산정하고 있다.
IPCC 지침이 국제 공통 지침이긴 하지만 IPCC는 각국의 고유한 산업환경을 반영한 배출·흡수계수를 개발해 보다 정확한 배출량을 산정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에 축산과학원은 2018년부터 한우 장내 발효 메탄 배출계수를 포함해 17종의 국가 고유 계수를 개발해 국가 인벤토리 산정에 활용하고 있으며, 2027년까지 33종을 개발·등록할 계획이다.
전 과정 평가는 익히 알려진 탄소 발자국을 산출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고기 1㎏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사료와 가축 사육·분뇨 처리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 축사 운영에 쓰이는 전기와 유류 등을 고려해 총 탄소 배출량을 계산하는 것이다. 이는 저탄소 축산물 인증제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축산과학원에서는 지난해까지 서울대와 공동연구를 통해 한우와 젖소에 대한 탄소 발자국을 계산한 바 있고, 올해는 돼지와 닭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평가 방법은 국가 통계 산정은 물론 감축량 평가에도 필요하며 장기적인 감축 계획을 세우는 데도 필수적이다. 뛰어난 저탄소 기술을 개발해도 그 감축 효과를 정량화할 수 없으면 그 기술은 '꿰지 않은 구슬'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덴마크의 탄소세 부과와 같은 정책은 신뢰할 수 있는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기준과 근거를 바탕으로 관계자들의 협의가 이뤄져야 시행될 수 있고 또 지속될 수 있다.
어떤 일이든 기초가 중요하다. 연구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도 기초 단위부터 바르게 평가해야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바른 방향으로 오래 나아갈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임기순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