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이후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외 ‘온실가스’도 신경 써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산화탄소만 규제해서는 별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소속 환경 정책 센터, 그랜덤 기후환경연구소 등에 속한 연구진은 지난 12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남은 탄소 예산에 대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추정치에 내포된 비-CO2 온실가스 배출의 상당한 감축’이란 논문을 실었다.
IPCC는 ‘1.5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탄소 예산을 2020년 기준 4940억t으로 계산했다. 탄소배출량이 4940억t을 넘으면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도 1.5도를 넘어설 것이란 의미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22년 기준으로 탄소 예산은 2470억t으로 줄었다는 평가도 있다.
연구는 IPCC가 계산한 탄소 예산 중 이산화탄소가 아닌 온실가스(메탄, 아산화질소, 불소 계열 가스 등)의 감축분을 계산했다. 여러 감축 시나리오 중 중간값을 기준으로, ‘1.5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메탄(CH4)을 2020년 대비 51% 줄여야 한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7도, 2.0도까지 완화하더라도 각각 44%와 34% 감축이 필요했다. 아산화질소(N2O)의 경우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1.7도, 2.0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서 2050년까지 2020년 대비 22%, 18%, 11% 감축이 필요했다.
연구는 메탄 배출량을 화석 연료로 인한 배출과 가축 사육 등 농업 부문에서 나오는 메탄 배출로 나누어 분석했다. IPCC 시나리오에서는 농업 부문의 경우 1.5도 목표 달성을 위해 32% 감축이 필요한 것으로 연구됐다. 화석연료 부문에서는 1.5도 목표 달성을 위해서 73% 감축이 필요했다. 연구진은 “화석 연료 부문에서 탄소 예산에 적합한 메탄 감소 폭이 총 메탄 감소 폭보다 커야 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반도체 제조 공정 등에서 사용되는 불소 계열 가스의 경우, 1.5도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2050년에 2020년 대비 91% 감축이 필요했다. 1.7도 목표, 2.0도 목표를 위해서는 각각 75%, 50% 감축이 필요했다.
연구진은 ‘향후 10년간의 메탄 감축’을 강조했다. 연구를 보면 메탄을 2020년 대비 2040년에 얼마나 감축하는지에 따라 예상되는 지구온난화를 보면, 메탄 배출을 현재와 같이 유지한다면 지구 평균 기온이 2.5도 상승하고, 현재 대비 40% 감축하면 약 1.7도 정도로 상승 폭을 제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세계 메탄 배출량이 감소하지 않고 2020년 수준으로 일정하게 유지된다면 앞으로 10년 안에 1.5도 목표를 위해서 남은 탄소 예산과 유사한 4310억t이 소진된다”라며 “메탄 감축을 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채 10년을 보내면, 당장 오늘에라도 1.5도 목표를 위해 남은 탄소 예산이 소진된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