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신연수 기자] 전 세계적으로 ‘기후 이민자’가 증가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극심한 기후변화로 인해 공동체 전체가 고향을 떠나 이미 인구가 과밀한 자국 내 대도시로 이주하는 대규모 인구 이동이 발생하면서 인구 과밀도가 높아질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C40 도시 기후 리더십 그룹(C40 그룹, C40 Cities Climate Leaders hip Group)과 시장단 이주 문제 협의회(Mayors Migration Council)이 29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기후 취약성이 가장 높은 일부 국가에서 극심한 기후변화로 기후 이주민이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 기관이 함께 발표한 이번 보고서는 여러 지역에 걸쳐 도시 수준의 기후 이주 예측을 제공하는 최초의 보고서로, 기후 영향과 도시화 문제가 심각한 글로벌 사우스에 초점을 맞췄다. 글로벌 사우스는 주로 남반구나 북반구의 저위도에 위치한 개발도상국들로 약 120여 국가가 포함된다.
보고서는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한 홍수로 인해 2050년까지 수도 다카로 이주하는 기후 이주민이 최대 31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 콜롬비아에서는 60만 명에 가까운 기후 이주민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콜롬비아 국내에서 이동하는 전체 이주민의 5분의 1을 차지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C40 그룹의 기후 및 이주 캠페인 선임 매니저인 클라우디아 후에르타는 “사람들은 기회, 주거, 사회적 연결망을 찾을 수 있는 도시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급격한 인구 유입이 지역 서비스에 더 큰 부담을 주고 도시화 속도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주민을 받아들이는 대도시 또한 자체적인 기후 문제에 직면해 있어 이주민들은 또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브라질에서는 홍수, 물 부족, 농작물 수확 부진 등의 이유로 내륙에서 밀려난 이주민들이 상파울루에서 위험한 수준의 대기 오염과 산불을 마주하거나, 리우데자네이루의 파벨라(빈민가)에서 극심한 폭염과 홍수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보고서는 아울러 파리기후협약에서 약속한 것처럼 지구 표면 평균 온도 상승을 섭씨 1.5도 이내로 억제할 경우 기후 이주민의 영향을 상당히 완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콜롬비아 보고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파키스탄 카라치의 기후 이주민 수가 지금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직 눈에 띄는 배출량 감소가 없는 상황에서, 연구에 포함된 일부 도시들은 이미 인구 유입에 대비하고 있다.
시에라리온의 프리타운과 가나의 아크라는 많은 이주민이 종사하고 있는 비공식 쓰레기 수집업자들에게 재정 및 건강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중동 전역에서 수백만 명의 난민을 받아들인 경험이 있는 요르단 암만은 젊은 이주민을 위한 녹지 공간과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또한 방글라데시는 다카의 인구 과밀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신입 이주민들은 인근 이주민 친화 도시로 보내려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기후 이민자 부담이 수용 도시들만의 몫이 돼서는 안된다”며 “정부와 민간이 기후 위험을 줄이는 데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즈민 버제스 C40 그룹 포괄적 기후 행동 책임자는 “도시가 기후 이주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탄소 감축”이라며 “이는 도시들만의 책임이 아니라 모든 국가가 행동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보고서도 “전 세계가 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않는 한,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남아시아, 중동의 10대 대도시들은 이번 세기 중반까지 총 800만 명의 국내 이주민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며 “경제적, 정치적 난민 및 타국에서 온 이주민 숫자까지 더해진다면 그 수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